독일에서 들은 한국의 2024년 계엄령 소식 - 자유민주주의국가란 무엇일까?
지난 12월 3일 오후, 여느 때처럼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폴란드인 동료가 채트룸에 한 링크를 공유했습니다. 3분전에 로이터 통신에서 발행한 윤석열이 계엄령을 선포했다는 뉴스였습니다. 어리둥절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뉴스에는 포고령도 함께 있었는데, 포고령을 보니 어이가 없었습니다. 포고령을 보면 계엄령을 상대로한 대상이 누구인지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드디어 계엄령까지 내려버린 정부에 대해 해외에 살고 있는 한국인으로서 수치심도 느꼈습니다. 이후 외국인 지인들이 물어보는데 설명하는 것도 난감합니다. 대통령이 되지 않았어야 할 사람이 그 자리에 있어서 라는 이유 밖에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진짜 북한 때문이었다면 설명하기가 쉬웠을 것입니다.
다음은 계엄포고령 전문입니다.
자유대한민국 내부에 암약하고 있는 반국가세력의 대한민국 체제전복 위협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2024년 12월 3일 23:00부로 대한민국 전역에 다음 사항을 포고합니다.
— 2024년 12월 3일 화요일 계엄사령관 육군대장 박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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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포고령과 대통령 담화문에 쓰인 "자유민주주의"라는 단어를 보면 두통이 옵니다. 답답해서 ChatGPT에 위의 포고령에서 "자유민주주의"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질문해보았습니다.

많은 경우에서 AI가 사람보다 더 낫다는 생각을 들게합니다.
군대가 국회에 비상작전으로 투입해서 국회의원들을 끌어낼 이유가 있습니까?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면 국회의원들이 잘잘못을 검찰, 경찰 수사를 통해서 밝혀내야 하는 것이지 한밤중에 계엄령을 포고하고, 국회의원들이 들어가지 못하게 무력으로 막는 일은 일어나서는 안됩니다.
주말동안 계엄령과 관련된 사안에 관한 국회질의 동영상 들을 보았습니다. 고급 군사훈련을 받은 인재들을 정당하지 않은 계엄령 위해 남용한점도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국가적 큰 손실입니다.
가장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은 계엄사령관의 태도였습니다. 당시 상황이 급박했다고 가정한다하더라고, 계엄 포고문 자체에 대한 이해, 그리고 차후에 그 당시에 일어난 상황들에 대한 파악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차라리 의도적으로 모르쇠로 답한 것이기를 바랍니다. 만약 정말 북한군과 대치하는 전시상황이었다면, 정말 심각한 문제입니다.
또 이후 여당의 태도에도 크게 실망했습니다. 이번 일은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의 안위, 대한민국의 안보, 국제사회에서의 위상, 경제 등등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는데, 당익만을 생각하는 국회의원들이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계엄령 이후, 생명의 위협에도 국회까지 달려가 해제 투표를 한 국회의원들, 그 현장속에서 국회를 지킨 시민들, 보좌관들, 여의도, 독일 베를린, 프랑크, 뮌헨, 오스트리아 비엔나 등등 세계 곳곳에서 집회를 열어 모이신 분들을 보며, 이런 분들 덕분에 지금까지 제가 한국에 있는동안 표현의 자유를 누리며 안전하게 살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 이번에 계엄령이 단시간 해제가 된것이, 문민사회에서 계엄령이 실패한 예가 되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자유민주주의국가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며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무력으로 제압하는 사회와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양립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독일도 여러가지 심각한 사회적인, 정치적인 문제들도 많고 최근에는 정부도 붕괴되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계엄령이 일어날 절차와 요건의 매우 엄격하기 때문에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계엄령이 포고된 주말, 독일의 한 도시의 서점에 들렀습니다. 올해 노벨상 수상 작가 한강의 책들 여러 권이 전시되었습니다. 그중에서 우선 세권을 골라 사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포장했습니다. 그 중에 한권인 "소년이 온다(Menschenwerk)"를 꼭 읽어 보아야 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