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 중순 쯤에 이탈리아 시칠리아를 여행했습니다. 이제서야 여행기를 올려보려고 합니다.
독일 뉘른베르크 공항에서 팔레르모까지 직항편이 있어서 먼 공항까지 가지 않아도 돼 편리했습니다. 팔레르모 공항에 도착한 후, 시내로 가기 위해 버스 정류장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택시 운전기사 1인당 6유로로 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버스보다 더 가격도 저렴하기도 하고, 숙소 앞까지 바로 갈 수 있어 택시를 타고 갔습니다. 검은색 벤츠 밴의 뒷칸에 저희의 짐을 싣고 다른 한 커플을 더 태우고 팔레르모 시내로 떠났습니다.
차를 타고 창밖으로 보이는 시칠리아의 풍경은 정말 환상이었습니다. 짙푸른 바다와 건조해 보이는 거친 바위산과 거리에 보이는 야자수와 선인장 나무들로 어루어진 풍경이 이국적인 정취를 자아냈습니다.
도시로 들어서니 도로는 혼잡했고, 독일에서와는 다르게 사람들이 너무나도 쉽게 자동차 경적을 울렸습니다. 주차가 가능한 곳은 자동차들이 빈틈없이 주차되어 있었고, 대부분의 자동차들의 성한 곳 없이 긁히거나 튀어나온 자국들이 많았습니다.
호텔에 도착해 짐을 풀고 나니, 점심 시간이 되어 식당을 찾았습니다. 전에 이탈리아 여행을 할때 음식이 맛있었던 기억이 있어서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 해산물이 있는 메뉴를 찾아서 새우가 들어간 파스타(spaghetti ai gamberi)를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입에서 미끌미끌하고 음식이 입맛에 그다지 맞지 않았습니다. 남편은 피자를 주문했는데 맛있다고 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서를 받았을 때 좀 의아했습니다. 전체 음식의 합계는 예상했던 것과 비슷한데, 적혀있는 목록이 우리가 먹은 것들과 다른 이름이었습니다. 직원에게 문의해 보니, 다른 계산서를 가져온 것이었습니다. 시칠리아에 도착해 처음 온 레스토랑에서 이런 경험을 하니, 앞으로 여행하는 동안 레스토랑에서 계산서를 꼼꼼해 확인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서 팔레르모의 대표적인 관광지 중인 팔라초 레알레(Palazzo Reale)를 방문했습니다. 노르만 왕들의 거주지였던 이 왕궁은 아랍-노르만 양식의 웅장한 건물로, 시칠리아의 다문화적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었습니다. 특히 12세기에 지어진 팔라티나 예배당(Cappella Palatina)은 황금빛 비잔틴 모자이크와 정교하게 조각된 아랍식 천장의 조화가 압도적이었습니다.
또 왕궁 정원에는 거대한 열대 나무들과, 다양한 종류의 선인장들의 곳곳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행인들, 자동차 경적소리로 분주한 시내에서 벗어나 평온한게 산책하며 휴식하기 좋았습니다.
왕궁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팔레르모 대성당(Cattedrale die Palermo)로 이동했습니다. 12세기에 지어진 이 성당은 노르만, 고딕, 바로크, 신고전주의 양식이 복합적으로 어우졌습니다.
왕궁 바로 옆에 화려하게 장식된 마차 위에 거대한 성 로잘리아의 조각상이 있었습니다. 7월 중순에 열리는 성 로잘리아 퍼레이드에서 사용된 조각상인 것 같았습니다. 성 로잘리아는 팔레르모의 수호 성인으로 1624년 흑사병이 창궐했을 때 그녀의 유해가 발견 된 후 기적적으로 전염병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이를 기리기 위해 매년 7월 중순에 화려한 퍼레이드와 축제가 열립니다.
팔레르모 시내 곳곳에 내부가 멋진 작은 성당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이날따라 결혼 하는 커플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영화 대부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마시모 극장(Teatro Massimo). 1987에 개장한 마시모 극장은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오페라 극장이라고 합니다.
이날 극장앞에서도 웨딩 촬영하는 커플을 볼 수 있었습니다.
시내에서 항구쪽으로 걸어가 보았습니다. 항구에는 배와 요트들이 정박되어 있었습니다.
항구를 걷다 보니 멀리 유명한 벽화가 보였습니다. 팔레르모에서 마피아 세력을 몰아내기 위해 싸웠던 검사, 팔코네와 보르셀리노를 기리기 위한 벽화라고 합니다.
해가 지고 저녁시간이 되어 다시 음식점을 찾았습니다. 팔레르모 식의 파스타라고 해서 도전해보았는데, 기대했던 것 처럼 맛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면이 두꺼운데 면을 완전히 익히지 않은 알덴테로 요리되어서 제 입맛에는 맞지 않았습니다.
팔레르모 시내에서는 도착한 날 하루와 또 다시 집으로 가기 전날 이틀 정도 시간을 보냈습니다. 다시 돌아가기 전날에 남편은 카푸친 카타콤베를 보러갔는데, 저는 미라를 보고 싶지 않아서 팔레르모 성당 주위를 거닐었습니다. 남편 말로는 무려 1000구나 되는 미라를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팔레르모 시내는 거리에 쓰레기 더미들이 쌓여있었고, 이따금씩 악취도 났습니다. 또 빨리 달리는 자동차, 오토바이 들로 혼잡해서 팔레르모에 있는 동안 불쾌함이 많이 들었습니다. 또 낡고 관리되지 않은 건물들이 즐비했습니다.
역사적 웅장함과 일상의 소박함이 공존하는 이 도시는 관광객을 위해 포장된 곳이 아닌, 현지 사람들이 살아가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었습니다. 깨끗하게 정돈된 곳에서의 추구하는 여행자보다는 다양한 층위와 대비를 즐길 줄 아는 여행자에게 매력적인 여행지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한테 팔레르모는 한번으로 족하다고 생갑하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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