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는 오래된 꿈이 있습니다. 바로 자기 집을 짓는 것입니다. 이미 지어진 집에 우리의 생활을 맞추기보다, 우리가 살아갈 모습을 생각하며 집을 짓고 싶어 했습니다.
그 꿈이 조금씩 현실적인 이야기가 된 것은 시부모님 땅에 집을 지어보려고 하면서부터였습니다. 막연히 ‘언젠가 우리 집’을 이야기하던 때와 달리, 집이 들어설 자리를 떠올리니 그 안에서 보낼 날들도 한결 가까워지는 듯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독일에서 집을 짓는 방법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중 관심을 갖게 된 것이 Fertighaus였습니다.
Fertighaus는 주요 구조 부재를 공장에서 미리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의 주택입니다. 한국에서는 모듈러 하우스라고도 하는데 각 회사마다 인하우스 건축가가 있느냐에 따라서 건축주에게 허용되는 범위가 다릅니다. 공간배치에 대한 자유도가 적고 이미 정해진 대로만 지을 수 있는 경우에는 대부분 가격이 좀더 낮은 장점이 있습니다.
저희는 집 짓는데 직접 들이는 수고로움은 줄이고, 빨리 짓고 싶었습니다. 주변에 Massivhaus로 짓는 곳을 보면 몇년에 걸쳐도 완성이 안되는 경우를 종종 보았습니다.

우리는 에얼랑엔(Erlangen) 근처에 있는 Fertighauswelt(https://www.fertighauswelt.de/) 를 비롯해 여러 Fertighaus 회사의 모델하우스를 보러 다녔습니다. 헤스도르프(Heßdorf)에 있는 FertighausWelt Nürnberg는 여러 주택 회사의 Fertighaus 모델하우스를 한자리에서 둘러볼 수 있는 전시장입니다. 실제로 꾸며진 집 안을 걸으며 공간의 크기와 구조, 인테리어를 비교하고, 각 회사 담당자에게 건축 상담도 받을 수 있습니다. 도면으로만 상상하던 집을 직접 경험하며, 우리가 살고 싶은 집의 모습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는 곳입니다


사진이나 카탈로그로 보는 것과 직접 문을 열고 들어가 보는 것은 달랐습니다. 도면에서는 선으로 나뉘어 있던 공간에 빛이 들어오고, 천장의 높이와 방의 크기가 몸으로 느껴졌습니다. 거실과 주방이 이어지는 모습, 창밖으로 향하는 시선, 방에서 방으로 걸어가는 동선까지 살펴보게 됐습니다. 모델하우스를 둘러보는 동안에는 자연스럽게 그곳에서의 일상을 상상했습니다. 집 한 채를 구경하러 갔다가, 우리가 어떤 하루를 보내고 싶은지 생각하며 돌아오곤 했습니다.


여러 회사에서 상담을 받으며 알게 된 것은, 겉으로 비슷해 보이는 집도 벽에 사용하는 소재는 회사마다 다르다는 점이었습니다. 그중에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는 회사도 있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설계와 인테리어를 넘어, 집을 이루는 재료까지 살펴보게 됐습니다. 다만 그 회사는 저희가 상담받은 곳 중 가격도 가장 높았습니다. 원하는 집의 모습을 그리는 일에는 늘 예산이라는 현실이 함께했습니다.
저희는 220평방미터 정도 집면적을 생각했고. 대부분의 회사에서 스마트홈, 태양열 에너지 설비 포함 적어도 650000유로 견적을 냈습니다. 저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높은 금액이었습니다.


집을 둘러본 뒤에는 상담을 받았습니다. 시부모님 땅에 집을 지으려는 계획을 이야기하고, 우리가 원하는 집의 모습을 설명했습니다. 회사에서는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설계도를 제안해 주었습니다. 이 과정은 몇주 또는 몇달이 걸릴 수 있습니다.
물론 설계도를 받았다고 해서 곧바로 마음이 정해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도면을 보며 새롭게 고민하는 부분도 있었고, 다른 배치가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집을 짓고 싶다는 마음을 실제 계획으로 옮기려면 생각보다 많은 대화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한 곳에서만 상담받지 않고 여러 회사를 찾아갔습니다. 같은 희망 사항을 전달해도 회사마다 제안하는 설계가 달랐습니다. 각각의 도면을 비교하며 어떤 공간이 우리 생활에 잘 맞을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 과정에서 막연했던 바람도 조금씩 구체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상담이 언제나 편안했던 것은 아닙니다. 계약을 서두르도록 압박하는 듯한 태도에 부담을 느낀 적도 있었습니다. 특히 L사의 경우, 저희가 다른 회사에서 상담받는 것까지 주시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다른 업체의 단점을 거듭 이야기하며 계약을 권하는 방식도 저희에게는 편하지 않았습니다.
그 회사는 자체 개발한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다는 점이 특징이었지만, 가격도 다른 회사에 비해 높았습니다. 차고는 나중에 저희가 따로 짓겠다고 말씀드렸는데도, 받아본 견적에는 차고까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차고에도 고가의 친환경 소재를 적용한 사양이 들어가 있어, 저희가 전달한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서 조금씩 지치기도 했습니다. 모델하우스를 둘러보고 설계도를 비교하는 한편, 주택 건축에 필요한 대출과 자금 계획에 관한 상담도 받았습니다. 오랫동안 모은 돈과 앞으로의 생활이 걸린 일이었기에 쉽게 결정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알아보고 고민하는 데만 일 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 마음도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됐습니다. 시부모님 댁 바로 옆에 집을 짓는다는 게 경험해보니 제게는 생각보다 큰 부담이었습니다. 여기에 적지 않은 자금을 들여 집을 짓기에 그 위치가 우리에게 맞는지도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집에서 직장까지 거리가 좀 있기 때문입니다. 긴 고민 끝에 저희는 집짓기를 보류하기로 했습니다.
남편의 오랜 꿈을 잠시 미루는 결정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집의 설계와 소재만큼, 어디에서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지도 중요했습니다. 일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집을 알아보며, 저는 제가 바라는 집이 어떤 곳인지 조금 더 분명히 알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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