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르모에서 도착한 이튿날 아침 기차를 타고 아그리젠토로 향했습니다. 팔레르모 중앙역에서 아그린젠토 중앙역까지는 두시간이 조금 넘게 걸리고 티켓은 하루에 거의 한 시간마다 기차가 있습니다. 가격은 1인 편도 11,40유로였습니다.
아그리젠토는 이번 시칠리아 여행을 하게 된 이유 중 하나입니다. 역사를 좋아하는 남편이 아그리젠토의 신들의 계곡을 직접 보고 싶어했기 때문입니다. 신들의 계곡은 그리스 문명의 유산을 보여주는 고고학적 지역입니다. 신들의 계곡은 시칠리아가 그리스의 지배하에 있었던 기원전 5세기 경 약 20여개의 신전이 건립되었습니다. 그리스 본토보다 유적지가 더 잘 보존 되어 있다고 합니다.
아그리젠토 역에서 신전의 계곡까지는 택시를 타고 가기로 했습니다. 중앙역 버스 정류장이 있고, 버스를 기다리는 관광객들도 많았지만, 버스가 언제 올지 몰랐습니다. 마침 근처에 택시가 있어서 바로 신전의 계곡으로 향했습니다.
9월 중순 시칠리아의 날씨는 하늘은 구른한 점없이 맑고 햇살은 강렬했습니다. 기온은 30도를 웃돌았습니다. 시칠리아로 올때 모자를 챙겨오지 않았는데, 마침 매표소 앞 상점에서 모자를 팔고 있었습니다. 아그리젠토는 신전을 보내는 내에 그늘없이 야외라 모자를 구입했는데, 잘한 선택이었습니다.
여행 전 선크림을 단단히 바르긴 했지만, 늦은 오후에 이미 한쪽 어깨가 빨갛게 익었습니다. 9월 중순에 시칠리아를 여행하신다면 모자와 선크림, 얇은 긴소매 옷을 챙겨가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선글라스는 필수입니다.
신전의 계곡에 도착한 후 제일 먼저 헤라클레스 신전과 헤라 신전으로 향했습니다. 이 두 신전은 카르타고군의 침략과 6-7세기 경에 일어난 지진으로 대부분 무너지고 현재는 일부만 남아있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규모와 위엄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콘코르디아 신전으로 향했습니다. 콘코르디아 신전은 앞서 본 두 신전과 비슷한 시기인 기원전 430년경에 지어졌는데, 보존이 매우 잘 되어 있었습니다. 6세기에 기독교 성당으로 개조된 덕분에 보존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잘 보존된 그리스 신전 중 하나로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으로 등재 되어 있다고 합니다.
콘코르디아 신전 앞의 추락한 이카루스 상은 관광객들이 줄서서 기다리는 좋은 사진 촬영 스팟입니다. 이 동상은 2011년 폴란드 작가가 제작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제우스 신전은 원래 아그리젠토에 있었던 가장 거대한 신전 중 하나로 길이 112미터, 너비 56미터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였습니다. 당시 건축 기술의 한계를 시험했던 프로젝트였다고 합니다. 1401년에 일어난 지진으로 완전히 무너져 현재는 돌무더기와 일부 아틀라스 텔라몬 조각상만 남아 있습니다.
카스토르와 폴리데케우스 신전은 현재는 4개의 기둥만이 서 있습니다. 사실 이 기둥들은 19세기에 남아있던 부분들을 이용해 재건된 것이라고 합니다. 이 기둥은 시칠리아의 상징 중 하나가 되었으며, 오히려 불완전함으로 오랜 세월의 흐름과 문명의 폐허를 느끼게 했습니다.
신전의 계곡을 보고 아그리젠토 고고학 박물관을 보려고 길을 찾았습니다. 구글맵에서 가까운 출구를 찾았는데, 실제로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관리소에 있는 직원 분께 문의하니 출구를 열어 주셔서 나갈 수 있었습니다. 박물관까지 걸어서 갔는데, 건조한 날씨와 햇볕에 많이 지쳤습니다.
아그리젠토 고고학 박물관은 과거 중세시대에 수도원이었습니다. 이 곳에서는 멀리 신전의 계곡과 바다를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박물관 앞 로마시대 원형극장이 잘 보존 되어 있었는데, 이곳에서 보이는 뷰는 정말 멋있었습니다.
박물관에는 약 6000점에 달하는 유물을 보관하고 있다고 합니다. 고대 로마시대 유물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제우스 신전에서 가져온 거대한 남성 조각상 텔라몬(Telamon)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텔라몬 자체도 크지만, 신전의 기둥과 전체 높이는 텔라몬의 약 4배에 달했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신전의 규모가 얼마나 웅장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기원전에 이토록 거대하고 정교한 건축물을 지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 경이롭습니다.
건물 내부또한 다채로운 타일들로 장식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박물관에서 아르리젠토 역까지 걸어갔습니다. 아무것도 먹지 못해서 배가 고팠는데, 레스토랑 문이 저녁 시간이 되어야 열리기 때문에 식사를 할 수 있는 레스토랑 찾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시칠리아에는 선인장이 거리에 잡초처럼 자라고 있습니다. 곳곳에 제멋대로 자라나는 거대한 선인장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걸어가는 동안 시칠리아의 주거 환경이 많이 낙후되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어느 아파트는 거리과 아파트 입구까지 다리로 연결 되어 있는데, 그 밑은 험하게 가파르고 또 쓰레기도 많이 쌓여 있었습니다.
걷고 걸은 끝에 도착한 역에 멀지 않은 레스토랑. 사진을 보면 다시 먹고 싶어질 만큼 치즈와 소시지 등등 음식은 맛있었습니다. 하지만 레스토랑에 손님들도 많지 않고, 일하고 있는 직원들도 여럿 있었는데, 주문하러 오기까지, 또 음식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저희가 주문한 것을 모두 한 접시에 서빙해서 내올 것인지 아니면 2인 따로따로 나올 것인지 직원 들끼리 토론을 하느라 늦어진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 곳사람들은 행동하기 전에 말을 많이 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그리젠토에 여행은 많이 걷고 더운 날씨와 강한 햇빛에 힘들었지만 그래도 이국적인 날씨와 그리스 신전을 볼 수 있어 기억에 남습니다. 또 팔레르모와 달리 혼잡하지 않아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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