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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산책을 하다 한 포스터를 보았습니다.

인권 보장을 위해 활동하는 비영리 단체 국제 앰네스티에서 주최하는 54회 책 벼룩시장(Flohmarkt). 아마도 해마다 한두번 열리는 것 같습니다. 이 행사는 한 3년전쯤 남자친구와 같이 가서 책을 아마 20권 가까이 샀었던 것 같습니다. 코로나가 창궐한 이후 그동안 열렸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한동안 잊고 살다가 이 포스터를 발견하고 오랜만에 가보아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토요일 오전 9시부터 열리는데, 오전 늦게부터는 사람들로 붐빌것 같고 또 오픈하자마자 가야 책이 많을 것 같아 9시 15분쯤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도착하니 생각보다 사람들이 꽤 많았습니다.

예술, 여행, 바이오그래피, 아동도서, 청소년도서, 소설, 종교, 요리, 건강 등등 각 섹션별로 나뉘어져 있었습니다. 책이 총 1만권이라고 하는데, 그중에서 최대한 관심이있고 깨끗한 책을 찾아보려고 했습니다. 주로 소설류가 많았고, 오래된 책이 많았습니다.

둘러보다가 전에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책을 발견했습니다. 애덤 존슨(Adam Johnson)이라는 미국 작가가 쓴 '고아원 원장의 아들(Leben des Waisen Jun Do)'라는 책입니다. 오래전 퓰리처상 수상으로 기사에서 보고 독일 서점에서도 보았었는데, 그동안 잊고 있었다가 여기서 만나게 되네요. 북한의 스파이 박준도라는 인물의 일대기를 다룬 책이라고 하네요. 읽어보고 싶어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엥?.. 이분을 여기서 보다니. 아마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국인 중에 한명이 아닐까 합니다. 한국과 관련된 책이면 웬만하면 사려고 했지만, 종교에 관심이 없어서 그냥 두고 왔습니다.

남자친구와 저의 공통 관심사 중 하나는 바로 책. 같이 시내를 나갔을 때 시간이 날때면 서점을 자주 가서 사볼만한 책이 있는지 둘러보곤 합니다. 이 프리마켓에는 지난번에는 같이 왔지만 오늘은 독일에 있어 함께오지 못한 남자친구를 위해 영상통화로 책을 고르게 해줬습니다. 영상통화로 보면서도 실제로 보는 저보다 관심있는 책을 귀신같이 잘 찾아냈습니다.

만화책은 거의 없었는데 드래곤볼 시리즈가 있었습니다. 남자친구가 드래곤볼을 좋아해서 갖고 싶은지 물어보니 아니라고 하네요. 책 모으는 걸 좋아하는데 만화책은 사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저한테 드래곤볼의 이미지는 "매우 오래된 남자들이 좋아하는 만화"여서 인지, 이름만 들어봤지 단한번도 본적이 없습니다. 남자친구도 좋아하고 또 학교 다닐때 20대 초중반이었던 친구들도 좋아해서 의아했습니다. 유럽에는 한국과 일본에 나온지 한참 후에 방영이 되서 20-30대들도 보았다고 합니다.

한 한시간 반 정도가 지나서야 책을 다 골랐습니다. 이미 사람들이 책을 많이 가져서사 빈공간이 많네요. 큰 쇼핑가방에 넣아가는 사람들, 큰 종이상자에 담아가는 사람들, 아예 캐리어를 들고 오는 사람 등등 다양했습니다. 저는 백팩에 에코백 몇가를 챙겨갔습니다.

총 15권을 구입했는데, 20유로도 안되었습니다. 20유로면 책 한권 가격인데 말이죠.

전시된 책이 많았지만, 진짜로 읽을 것 같은 책만 가져왔습니다. 북한 스파이 박준도 일대기를 다룬 '고아원 원장의 아들', 오스트리아의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전기, 좋아하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광물에 관한 책 등은 저를 위해서 샀습니다. 프로이트 전기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남자친구도 즐겨 읽을만한 책들입니다.
나머지는 남자친구가 원하는 책인데, 예술, 유적에 관심이 많다 보니 관련책이 많습니다. 또 나중에 온실(Wintergarten)을 지어서 꾸미고 싶어해서 그런지 선인장과 이케바나에도 관심이 많은데 마침 관련책을 찾아서 즐거워했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1년에 책을 50권정도 이상은 읽었던 것 같은데, 외국에 있는 동안은 언어때문에도 또 이것저것 할일이 많다보니 책을 많이 읽지 못해왔습니다. 다시 독서하는 습관을 조금씩 길러서, 이번에 산 책들을 열심히 읽어보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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